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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8월 04일 (목) 03:17
손기정, 왜 일장기 달고 뛸 수밖에 없었나"…獨공영방송 조명

나치 정권 치하에서 열린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자 손기정 선수의 스토리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2일 저녁(현지시간) 독일 제2공영 ZDF TV의 INFO 채널에서 방송됐다.

'잘못된 기(旗) 아래 승리 - 올림픽 - 마라톤 1936' 제하의 이 프로그램은 프리데만 호텐바허 필름이 제작한 것으로 손 선수의 우승 과정과 개인사를 일제 강점기의 한국 역사를 배경에 깔고 소개했다.

총 44분 40초 분량의 다큐멘터리에는 손기정 전기작가로 소개된 이태영 스포츠저널리스트가 일제 치하 조선인으로서 일장기를 달고 출전할 수밖에 없었던 당시의 현실을 지적하며 "슬픈 금메달"이라고 촌평하는 장면도 담겼다. 이태영 씨는 베를린 올림픽 시상대에 선 손 선수 사진에서 일장기를 지운 이길용 기자의 3남이다.

손기정 선수의 골인 장면(연합뉴스 사진DB)

다큐멘터리는 일본 나고야에 사는 손 선수의 아들 정인 씨와 외손자인 이준승 손기정기념재단 사무총장,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인 황영조 국민체육진흥공단 마라톤선수단 감독 등과 인터뷰한 내용도 소개했다.

앞서 다큐멘터리 제작사가 이준승 사무총장으로부터 '손기정 월계수'에 얽힌 사연을 취재하고 우승 당시 부상으로 받아 보물 제904호로 지정된 청동 투구도 촬영했다고 손기정기념재단 측이 지난달 밝힌 바 있다.

올해 하계 올림픽을 앞두고 베를린 올림픽 개최 8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도 담긴 이번 프로그램에선 손 선수의 우승 장면을 중계한 현지 독일인 캐스터가 손 선수를 일본 대표라고 말하면서도 "한국 대학생"이라고 소개하는 육성도 담겼다. 이는 이미 고증된 역사적 장면이기도 하다.

다큐멘터리는 또 손 선수가 우승 후 라디오 방송에서 "이 승리는 결코 내 개인의 승리가 아니라 전(全) 우리 일본 국민의 승리라고 하겠습니다"라고 말해야만 했던 당시 서글픈 현실과, 손 선수가 베를린 올림픽을 영상에 담은 다큐멘터리 여감독 레니 리펜슈탈과 유지한 평생 우정도 놓치지 않았다.

ZDF INFO 채널은 홈페이지에서 한국인 손기정이 한국 역사상 첫 금메달을 조국에 안긴 것이지만 당시 한국은 1910년부터 일제 식민지가 돼 있던 현실이었다고 설명하고 "국민 영웅이 된 그의 작은 저항은 집단적 기억의 핵심이기도 하다"고 썼다.

손기정은 메달 수여식에서 손에 든 묘목으로 일장기의 일부를 더러 가리는 모습을 보였고, 기자들이 사인을 요청할 때에도 자신의 국적을 한국으로 소개했다.

이 채널은 프로그램 영상 클립의 스틸 화면에 "인간의 육체란 의지와 정신에 따라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한다"라는 손기정의 말을 옮겼다.

2005년에 방송에서 소개된 손기정 친필엽서 (연합뉴스 사진DB)

이 프로그램을 본 한 재독 교포는 "베를린 올림픽 스타디움에 새겨진 당시 주요 육상선수 우승자 기록물에는 지금도 손기정의 국적이 'JAPAN'으로 돼 있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아니냐"면서 "독일인들이 한국 현대사와 한국인 손기정의 이야기를 쉽게 연결해서 이해할 수 있게끔 다큐멘터리가 잘 만들어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에 앞서 손기정 기념사업회 대표이사장을 맡고 있는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2일 보도자료를 내고 '고(故) 손기정 선수 국적회복을 위한 특별결의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김 의원은 "오는 9일은 손기정 선수의 베를린 올림픽 금메달 획득 80주년이 되는 날"이라며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한국의 손기정'이라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올림픽 출전 당시 등록된 이름과 국적을 바꾸는 것은 역사를 훼손할 수 있다'며 일장기와 일본 이름을 지우지 않고 있다"고 결의안 추진 배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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